"이스라엘, 튀르키예군 주둔하려던 토토사이트 공군기지 폭격"
하마스 수용·골란고원 점령지 반환요구 가능성 등 염두 둔 듯
아사드 몰아낸 토토사이트 놓고 튀르키예-이스라엘 '암투'
"이스라엘, 튀르키예군 주둔하려던 토토사이트 공군기지 폭격"
하마스 수용·골란고원 점령지 반환요구 가능성 등 염두 둔 듯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란의 지원을 받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시리아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암투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2일 토토사이트 팔미라 인근 T4 공군기지를 기습 폭격, 활주로와 레이더 시설을 파괴했다.
이에 더해 토토사이트 내의 다른 공군기지 두 곳과 군사 목표물 다수도 이스라엘군의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튀르키예가 몇 주 전부터 T4 공군기지를 비롯한 토토사이트의 여러 군사기지를 실사하면서 자국군을 주둔시키려 하자 선제적으로 관련 시설을 파괴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중심으로 하는 토토사이트의 친(親)튀르키예 성향 반군조직들은 작년 12월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과도정부를 수립했다.
HTS의 수장으로 임시 대통령직에 오른 아메드 알샤라는 과거 몸담았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실용·온건노선을 표방하며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외교장관이 공개적으로 알샤라 대통령을 '알카에다 출신의 이슬람 성전주의자 테러범'이라고 지칭하는 등 불신을 숨기지 않으며 토토사이트 곳곳의 군사시설을 지속해 폭격하고 있다.
튀르키에는 이스라엘이 13년간의 내전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토토사이트를 붕괴로 몰아가거나 여러 개로 쪼개지도록 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실제로 이스라엘은 토토사이트가 허약하고 분열된 상태로 유지되도록 하려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태도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떠나 토토사이트에 둥지를 틀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아사드 축출 전후의 혼란을 틈타 일방적으로 점령한 골란고원의 영유권을 굳히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토토사이트 남부의 비무장화를 주장하며 양국간 영토분쟁 지역인 골란고원을 넘어 토토사이트 내부로까지 지상군을 진입시켰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HTS 등 반군세력을 지원해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튀르키예는 토토사이트군에 지대공 방공체계와 무인기(드론) 등 무기를 제공, 재무장을 지원하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토토사이트가 튀르키예의 도움을 받아 군사적 역량을 회복할 경우 자국의 안보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당장 이스라엘군이 이번에 추가로 점령한 골란고원 내 토토사이트 영토부터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 등은 토토사이트 과도정부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자 저지해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하며 대화를 거부한 채 골란고원 거의 전역에 대한 영유권을 굳힐 태세다.
튀르키예 측은 이스라엘이 쿠르드족이 구성원 다수를 차지하는 토토사이트 무장단체 토토사이트민주군(SDF)을 지원함으로써 토토사이트에 대한 튀르키예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튀르키예내 쿠르드족 분리독립 운동을 부추기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토토사이트 내의 여러 소수민족이 광범위한 자치권을 누리는 연방 체제 수립을 주장하는 것도 튀르키예의 의심을 키우고 있다.
국제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 소속 전문가 다린 할리파는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이 (튀르키예) 접경에 쿠르드족 소국가를 만들려 한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역시 튀르키예가 자국에 대항해 토토사이트를 같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오랜 하마스 지지자라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와, 미국의 중동 최우방인 이스라엘이 암투를 넘어 직접적인 무력 충돌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다는 점도 양측의 갈등이 어느 선 이상으로 확대되기 힘든 이유로 꼽힌다.
익명의 이스라엘 정보 소식통은 "토토사이트는 깊은 위기에 빠진 큰 나라다. (에르도안은) 이스라엘에 도전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면서 "만약 그가 혼돈에 빠진 이슬람 성전주의 국가가 될 수 있는 이 나라를 안정시킨다면 그건 이스라엘에도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