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우크라이나 전장의 북한군 변모 상세 보도…" 번개처럼 빨리 적응"
초기엔 그저 달리기만, 러시아군과 통합 안돼→드론부터 시작해 차츰 전술 이해도↑
북한군 다수, 비타민C 부족으로 괴혈병 앓는 것으로 나타나
우크라군 "북한군, 현대전 신속 적응…피로 쓴 경험 헛되진 않을것"
WSJ, 우크라이나 전장의 북한군 변모 상세 보도…" 번개처럼 빨리 적응"
초기엔 그저 달리기만, 러시아군과 통합 안돼→드론부터 시작해 차츰 전술 이해도↑
북한군 다수, 비타민C 부족으로 괴혈병 앓는 것으로 나타나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던 초기만 해도 시대에 뒤떨어진 전술을 선보이던 북한군이 '번개와 같은 속도'로 빠르게 현대전에 적응, 러시아군에 큰 자산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과 싸웠던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 등 장병들과의 인터뷰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작년 12월 파병 이후 점차 달라진 북한군의 모습을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북한군이 무인기나 장갑차 등의 지원도 없이 전장에 처음 대규모로 투입됐을 땐 쉽게 우크라이나군의 표적이 됐다.
그러나 올해 2월이 되자 북한군은 수적인 우세와 뛰어난 신체 지구력, 포화 속에서도 전진하려는 강한 의지와 함께, 전술 이해도가 높아지고 러시아의 장비 지원이 결합하면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 제225연대 올레흐 시리아이에우 대위는 WSJ에 "북한군이 계속해서 전진하고, 전진하고 전진했다"면서 "그들이 피로 대가를 치른 경험은 헛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북한군은 전장 투입 초기만 해도 전술 이해도가 낮은 가운데 열정만 앞세운 모습이었다고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은 전했다.
북한군은 처음에는 최전선에서 벗어나 참호를 파고 병참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다가, 러시아군의 손실이 불면서 차츰 전장에 배치됐다. 이때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의 포화 속에서 끊임없이 돌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제8연대의 한 병사는 작년 12월 중순 북한군과의 전투에 대해 "마치 2차 세계대전의 한 장면 같았다. 그들은 그저 달리고 있었다"면서 "그들은 돌진하며 한국어로 소리쳤다. 함성이 엄청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에 포위됐던 북한군 병사 한 명은 "김정은 장군"을 외친 후 수류탄을 터트리기도 했다.
북한 군인들은 바로 옆의 동료가 쓰러져도 계속 전진했고, 공격을 받으면 뒤로 잠깐 물러났다가도 다시 전열을 정비해 전진을 계속했다고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전했다.
전투가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이때 북한군이 무전기도 쓰지 않고 모든 명령을 육성으로 전달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는 북한군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을 포로로 잡았을 땐 그가 새 전투복 차림에 진흙이 묻지 않은 전투화를 신은 점으로 미뤄 전에 도착과 동시에 전투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이들의 머리카락 등을 채취해 검사하고, 압수한 서류를 모아 한국에 보내 번역도 부탁했다.
검사 결과 북한군 다수는 괴혈병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괴혈병은 비타민C가 부족할 때 걸리는 병이다. 수류탄 주머니에 값싼 소시지를 넣은 병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5.1.12 [젤렌스키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우크라이나군이 확보한 북한군 문서들에는 당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작전을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이 문서들에는 선제공격과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발사장이나 포병 진지에 관한 러시아군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작년 12월 5일 자 메모에는 "어제 3중대 3소대 소속 병사 한 명이 동물을 사람으로 오인해 사격했다"며 "오인사격을 막으려면 병사들을 교육하고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며 적절한 임무 수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북한군이 빠른 속도로 전장의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군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들은 우선 드론에 가장 먼저 적응했다. 처음 전선에 배치됐을 땐 상공의 드론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 뿐 위험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북한군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드론을 피하거나 파괴하는 전술을 익혔다. 한 병사를 미끼로 삼은 채 다른 병사들이 드론을 향해 사격하는 식이었다.
장교로 추정되는 북한군이 드론 탐지기를 소지한 채 숨진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데 사용한 탐지기였다.
WSJ은 북한군이 작년 12월 중순 전장에 배치됐을 때는 이 탐지기의 사용법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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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초기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한 북한군은 올해 1월 초 쿠르스크에서 철수했다가 한 달 후쯤 복귀했다. 쿠르스크 수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러시아는 베테랑 드론 조종수들을 배치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이때부터 북한군은 전장에서 러시아의 가장 귀중한 자산 중 하나가 됐다. 러시아군과의 통합작전 능력이 향상됐고, 인내력과 전술 능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우크라이나군과 전문가들은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 당국자는 북한군 지휘관들이 러시아인들과 함께 앉아서 한국어로 지시를 내린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북한군은 기본적인 러시아어 단어들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특수요원은 북한군에 대해 "그들은 현대전을 겪었고 그로부터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225연대 시리아이에우 대위는 포화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진격하는 북한군을 보며 이들에게는 전장에서 매우 중요한 이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것은 이들이 러시아군보다도 더, 인간 생명의 가치를 명백히 무시한다는 점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리아이에우 대위는 "북한군은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더 잘 준비돼 있다"며 "그들은 쿠르스크에서의 임무를 완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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